잠함병(감압병) 원인과 증상, 산재 인정기준 총정리

터널이나 지하 구조물 공사 현장에서는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압축공기를 주입한 상태로 작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오래 일하다가 갑자기 지상으로 복귀하면 몸속에 녹아 있던 질소가 기포로 변하면서 혈관과 조직을 손상시키는 잠함병(감압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히 스쿠버 다이버에게만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압축공기 공법을 쓰는 터널·교량 기초·지하 굴착 현장 근로자에게도 똑같이 발생하는 직업성 질환입니다. 오늘은 잠함병의 원인과 증상, 산재 인정기준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잠함병(감압병)이란?

잠함병은 높은 기압 환경에서 낮은 기압 환경으로 갑자기 이동할 때, 혈액과 조직 속에 녹아 있던 질소 가스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기포를 형성하면서 혈관을 막거나 조직을 압박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압축공기 잠함공법(케이슨 공법)을 사용하는 터널 공사, 교각 기초공사, 지하 굴착 현장에서 압축공기 구간에 장시간 머문 근로자가 감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급하게 압력을 낮추면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터널·지하 공사 현장에서 잠함병이 발생하는 이유

NATM 공법이나 쉴드 TBM 공법으로 연약지반이나 지하수위가 높은 구간을 통과할 때는 굴착면 붕괴와 침수를 막기 위해 작업 구간 내부 기압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압기공법을 사용합니다. 근로자는 에어록을 통해 고기압 구간에 들어가 작업한 뒤, 다시 에어록을 거쳐 상압으로 복귀합니다. 이 복귀 과정에서 감압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작업 시간에 비해 감압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체내 질소가 서서히 배출되지 못하고 기포를 형성합니다. 반복적으로 고기압 구간에 출입하는 근로자일수록, 그리고 피로가 누적되거나 탈수 상태일수록 위험이 높아집니다.

잠함병의 주요 증상

증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제1형은 비교적 가벼운 형태로 어깨, 팔꿈치, 손목, 무릎 등 관절 부위의 통증이 대표적이며 흔히 ‘벤즈’라고 부릅니다. 피부 가려움이나 발진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제2형은 훨씬 심각한 형태로 신경계와 심폐계를 침범합니다. 팔다리 마비나 근력 저하, 시야 흐림, 어지럼증, 배뇨 이상, 이명, 흉통,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의식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작업 종료 후 몇 시간 이내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잠함병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응급처치와 치료 – 고압산소치료

잠함병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순수 산소를 공급하고 눕힌 상태로 안정을 취하게 한 뒤 즉시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치료의 핵심은 재가압 치료로, 환자를 고압산소챔버에 넣어 높은 압력에서 순수 산소를 흡입시켜 혈액 속 질소 기포를 다시 녹이고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신경계 손상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어 초기 대응 속도가 예후를 좌우합니다.

잠함병 산재 인정기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압기공법 등 고기압 환경에서 작업하다 발생한 감압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입니다. 압축공기 구간 작업 이력, 1일 작업시간과 반복 출입 횟수, 감압 절차 준수 여부, 증상 발생 시점 등을 근로복지공단이 종합적으로 심사합니다. 신청은 요양급여 신청서에 사업장의 작업일지, 압기작업 기록, 진단서 등을 첨부해 접수하며, 재해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습니다. 판단이 까다로운 사안인 만큼 근로복지공단 상담이나 산재 전문 노무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산재 요양급여 신청 절차 자체가 처음이라 막막하다면 산재보험 요양급여·휴업급여 신청방법 총정리 글에서 절차와 필요서류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감압병에 대한 의학적 정보는 MSD 매뉴얼(일반인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방을 위한 현장 관리 수칙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시간과 압력에 맞춘 감압 스케줄을 철저히 지키는 것입니다. 고기압 작업 후에는 규정된 감압 시간을 단축하지 말아야 하며, 작업 직후 비행기 탑승이나 등산처럼 기압이 다시 낮아지는 활동은 피해야 합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으로 피로와 탈수를 예방하고, 감기나 컨디션 저하 시에는 무리하게 고기압 구간에 투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 관리자는 근로자별 압기작업 이력을 기록해 반복 노출을 관리하고, 이상 증상 발생 시 즉시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압기작업 특별관리자를 지정해 매일 작업 전후로 근로자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것도 실질적인 예방 수단이 됩니다. 특히 신규 투입 근로자는 고기압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처음 며칠간은 작업시간을 짧게 조정하고 점진적으로 노출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또한 작업장 내 온도와 습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탈수가 빨라져 잠함병 위험이 함께 높아지므로, 환기 설비와 식수 비치 상태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잠함병은 작업 당일에만 증상이 나타나나요?
대부분 작업 종료 후 몇 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드물게 하루 이상 지나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기압 작업 후에는 최소 24시간 동안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경미한 관절 통증도 병원에 가야 하나요?
제1형 증상이라도 방치하면 제2형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고기압 작업 이력이 있는 상태에서 관절 통증이나 피부 이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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